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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사람을 남기는 개발

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적부터 여행업을 하셨다. 주로 일본에서 온 손님들을 공항에서 픽업해 호텔로 모시거나 여행기간 동안 현지 투어를 하는 가이드 역할이다. 큰 돈을 벌진 못하지만 아버지는 사람을 남기셨다. 상냥한 언행으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셨고 손님들은 우리나라에 재차 방문했다. 단골 손님도 생겼다. 그런 여행업을 하신지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찾아오면서 여행 수요가 급감했다. 아버지는 배달을 시작하셨다. 그래도 회사는 폐업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개업하실 때 일본 지인 분께서 잘 되라고 큰 돈을 투자하셨단다. 그래서 그 분을 생각해서라도 폐업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아버지께서는 일찍이 인터넷의 중요성을 알고 계셨다.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될거라며 홈페이지를 만들고자 하셨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번번히 실패했다. 이따금씩 서울에 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과거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오기가 생긴다. 내가 그간 학교 다니면서 공부한 내용들을 적용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 감히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개발을 공부한 것은 이 순간을 위해서가 아닐까?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여전히 찾아가고 있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내가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사람을 남기는 개발을 하고 싶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진로설계 활동지. 왜 프로그래머가 꿈인지는 여전히 찾아가고 있다.


이 글은2023년 8월 23일 최초 작성되었으며, 벨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전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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