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나는 빚진 자라

반오십을 앞두고 내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이자, 내 이름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나는 예정일보다 두 달 빨리 세상에 나왔다. 몸무게가 신생아 평균의 절반인 1.6kg에 불과해 인큐베이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은 내 심장 박동이 너무 약해 사망할 수도 있다며, 3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3일째 되던 날, 교회에서 병문안으로 심방 예배를 왔다. 찬송으로 550장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불렀는데, 예배가 끝나고 간호사님이 들어와 내 맥박이 돌아왔다고 전해주셨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나를 시온이라고 불렀다. 

 

송구영신예배에서 이 찬송가를 들을 때면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죽음의 기로에 서있던 아기가 커서 어느덧 25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건 기적같은 일이다. 빚진 자의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아직 내가 해야할 일이 있다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