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이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앞을 내다볼 때는 길게 느껴지지만, 뒤돌아볼 때는 한없이 짧게 느껴진다. 올해 나는 뭐하고 살았을까? 11장에 올해를 담아본다.
1월
예전 프로젝트 팀원의 제안을 받아 멋쟁이사자처럼 12기에 운영진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백엔드 개발 멘토라는 역할을 맡아 다빈이라는 친구와 함께 아기사자 분들이 백엔드 개발에 입문하는 여정을 함께했다. 나 역시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 누군가를 가르친다기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내용적으로나 진행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도 잘 따라와 준 아기사자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사진 속 경례하는 듯한 포즈는 우리 백엔드 트랙의 시그니처 포즈다. 다들 무심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다. 저땐 머리가 꽤 짧았다. 키키.
2월
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나와 졸업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두 명은 이날 졸업했지만, 나는 아직 한 학기가 남아 축하해주는 입장이었다. 꽃집에 가는 건 여전히 어색하고 괜시리 낯간지러운 일이지만, 의미있는 날에 축하의 마음을 담기에는 꽃만한 게 없다. 파란색 꽃은 남자 팀원, 노란색 꽃은 여자 팀원, 그리고 보라색 꽃은 보라색을 좋아하는 동기 새내기에게 건넸다.
3월
집 앞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 요리를 시작했다. 물론 요리라고 해봐야 계란 프라이에 고기 굽기 정도였지만, 기숙사 생활을 오래 했던 나로서는 집에서 요리를 한다는 게 낯설면서도 설레는 일이었다. 아침에는 시리얼을 요거트와 함께 먹고, 점심은 학교에서 먹거나 집에서 고기를 구워서 명이나물이랑 같이 먹었다. 장을 볼 때는 항상 20리터짜리 일반쓰레기 봉투를 장바구니 삼아 사용했는데, 이것저것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차가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월
주말에 검도 동아리 인원들과 함께 도장(다온검도관)에서 교검을 했다. 학기 중에 도장을 방문해 수련하는 이 행사는 내가 부회장이던 작년 1학기에 관장님과 협의해 시작한 것인데, 지금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다. 주말 아침부터 검도를 하겠다고 도장에 나오는 만큼 다들 검도에 진심이다.
5월
검도 이야기 하나 더! 검도 동아리 사람들과 영남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영남지구대학연맹 합동연무에 다녀왔다. 사진은 연무 시작 전에 발에 테이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밀어걷기를 하다 보면 항상 엄지발가락 쪽이 밀려 상처가 나기 때문에, 수련 전에 테이핑은 필수다.
이날 고단자 분들께 많이 맞으면서 많이 배웠다. 운동을 하다 보면 세상에는 고수들이 정말 많다는 걸 매번 깨닫는다.
6월
멋쟁이사자처럼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팀을 꾸려 한국엡손이 주최한 대외활동에 참가했다. 대회 과제는 엡손 복합기를 제어하는 API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아이들을 위한 색칠놀이 도안을 아이디어로 삼아, 생성형 AI를 통해 원하는 도안을 생성하고 이를 API로 복합기와 연결해 출력 및 스캔한 뒤, AI 모델을 활용해 색칠한 도안 이미지에 모션을 입히는 서비스를 제안했다.
사진은 데모데이 날, 발표 전에 심사위원들 앞에서 서비스를 시연하는 모습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대회였는데, 좋은 평가를 받아 최우수상(1등)을 수상했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 엡손이라는 기업을 다시 보게 됐다. 이 기업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있지만 챌린지 기간 동안 참가자들을 진심으로 대우해 준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네트워킹데이와 데모데이에서 그 다정함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대회가 끝난 후에도 비어파티를 열어 참가자들을 따뜻하게 챙겨주셨다.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팀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신 점,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7월
IT 연합 동아리 파드에서 진행한 롱커톤 데모데이를 보러 체인지업 그라운드에 다녀왔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편의점 앞에서 사진 속 글귀를 발견했다. 우리 학교의 슬로건인 세상을 바꾸자(Why not change the world?)가 떠올랐다. 멋진 말이지만 때로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글귀는 세상을 바꾸려면 먼저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사고를 바꾸지 않고는 세상이 달라질 수 없고, 반대로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연한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가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 더 나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 가능성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자세. 이런 태도가 진정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아닐까 싶다.
8월
멋쟁이사자처럼의 꽃, 중앙해커톤이 열렸다. 전국 단위로 대학들이 참여하는 만큼 행사장도 크고 사람도 정말 많았다. 와이파이가 잘 안 되는 바람에 행사장 밖 바닥에 앉아 개발하는 팀들도 많을 정도였다. 우리 팀은 7월부터 데모를 준비하며 기대를 많이 했지만, 결과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사람들의 열정과 우리들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9월
네이버 커넥트재단에서 주최한 SEF2024를 온라인 라이브로 시청했다. 그중에서도 이수인 에누마 대표님의 연사가 특히 인상 깊었다. 연사님은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술이 한없이 발전하는 시대에 우리는 그에 걸맞는 철학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다.
기술의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기술은 그 자체로는 침묵한다. 기술에 매몰되면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음성 인식은 사람들 간 소통을 돕지만 사람들이 '들으려는 의지'를 잃는다면, 그 기술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을 통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술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관점 또한 함께 성장해야 한다. 기술이 단순히 효율성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가 되려면 우리가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과 그에 담긴 의도부터 성찰해야 한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강연이었다.
10월
21년도에 알게 된 대학 친구의 디자인 졸업 전시를 보러 갔다. 친구는 네이버 나눔스퀘어 네오 폰트의 특징을 활용해 아랍어 폰트를 디자인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친구가 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창의성은 종종 다양한 배경과 경험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학교에는 특히 다양한 지역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데,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전형적인(?) 학생이라 가끔은 그들의 독특한 배경이 부럽다.
11월
이번에는 고등학교 동창의 회화 졸업 전시를 보기 위해 대전에 다녀왔다. 이미 관련 글을 썼지만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미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작품을 감상했는데, 설명을 들을수록 그림 한 점에 쏟은 시간과 노력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마음과 의도를 파악하려고 고민하는 과정이 의외로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영감을 얻은 것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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