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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12월 근황

오블완 챌린지가 끝난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글쓰기를 쉬었다. 매일 글을 쓰는 건 분명 좋은 경험이었지만, 일상 속에서 영감을 매일 얻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양가 없는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가 됐던 적도 있었다. 나는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고, 다시 글을 쓰고 싶을 때 쓰기로 했다. 

 

12월은 이벤트가 많았다. 시작은 나의 서울행이었다. 대학수업도 다 들었고 더 이상 포항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5년의 포항생활을 정리하고 본가인 서울로 왔다. 한때 지겹게 지냈던 포항이 이젠 졸업식과 캡스톤/디그리 축하 말곤 갈 일이 없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했다. 

 

포항생활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문과였던 내가 원하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수 있었던 곳,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던 곳, 설렘과 우정, 내면적 성숙 등 복합적이지만 내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건 확실하다. 힘들 땐 20분 거리의 바다가 많은 위로가 됐다.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철썩철썩 덮어주는 바다가 좋았고, 그런 바다를 닮고 싶었다.

 

 

취준에 집중하고자 서울에 올라와선 곧장 노량진에 있는 독서실을 끊었다.  거리도 가깝고, 밥값도 싸고, 공부하기도 좋은 삼박자를 갖췄다. 한때 걸음수를 채우기 위해 한강대교를 통해 걸어 다니다 감기에 걸려 지금은 버스를 타고 다닌다. 포항에 있을 땐 걸린 적 없던 감기가 서울에 오자마자 걸렸다. 서울 참 매섭다.

 

이곳 노량진의 분위기는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가득하다. 마냥 밝지는 않지만 부정으로 점철되어 있지도 않다. 모두 한 공간에서 각자 자신의 싹을 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도 이곳 땅속에서 세상에 나올 날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내 20년 인생에서 가장 저점이 아닐까 싶다. 불확실함에 내던져진 가진 것 하나 없는 시기. 무엇이든 될 수 있지만 무엇도 (아직) 되지 못한 시기. 이런 현실이 차갑게 다가오지만 나만큼은 자신을 믿어주자, 그렇게 멘탈을 잡고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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