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oughts

2월 근황

다음 글을 준비하던 차에, 벌써 3월 초반을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울에 올라온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너무 빨리 가고, 정작 하는 건 없는 것 같고… 하지만 이것 또한 과정이라는 것. 밍기적대는 모습도, 앉아서 무언가 하려고는 하지만 결국 해낸 게 없는 상황들 속에서 드는 생각들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2월 초에는 곤지암 스키장에 다녀왔다. 1년에 한 번꼴로 가다 보니, 갈 때마다 몸으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당일치기로 가면 어느 정도 적응해서 이제 재밌어질 때쯤 집에 가야 해서 늘 아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1박을 해서 많이 탔다. 타면서 중급 코스까지는 어떻게든 내려가지만 그 이상은 겁도 나고 실력도 제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한 번쯤 강습을 제대로 받아서 성장한 모습으로 더 잘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키장은 올 때마다 느끼지만, 넘어지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인지 넘어져도 (아프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좋다. 그래서 맘껏 넘어지고, 넘어지는 만큼 몸이 적응하고 점점 잘 타게 되는 게 나에게 영감을 주면서도, 일상에서는 왜 그러지 못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진은 보드를 처음 타는 두 친구와 리프트에서 찍은 항공샷. 전면 카메라가 아니라 후면 광각으로 찍는 거라는 걸 옆 친구한테 처음 배웠다. 내가 보드를 한두 번 더 타봤다고 알려주긴 했는데, 솔직히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는 격(…)이었다. 친구가 사이드 슬리핑으로만 내려오다가 막바지에 턴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봐서 몸으로 보여주고 해보라고 했는데, 친구가 뒤로 넘어지면서 에어팟 한쪽을 잃어버렸다. 이번에는 그냥 낙엽으로 만족하고 다음에 다시 타자고 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속상했다. 미안ㅠ

.

.

2월 말에는 대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내가 졸업이라니, 마냥 먼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정신 차려보니 학사모를 쓰고 있었다. 이곳은 내가 하고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곳이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인격적으로 성장하고 배울 수 있었던 곳이다. 슬기짜기, 한검, 와랩, 멋사 ..... 모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활동들이다. 돌아보면 나의 학교 생활은 근육이 다치면서 성장하는 것처럼 매순간이 나의 연약함이 드러나고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고 애썼던 순간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이 잘 기억이 안나서 문제지만(이야기를 정리하려는 큰 이유다).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인연을 만나지 못한 것? 정도가 되겠다. 세상은 넓다지만 한동은 하나의 거대한 신앙 공동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밖에서는 여기만큼 신앙인을 자연스럽게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거나 용기가 없거나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암튼 한동 안녕 !

.

.

졸업식 다음 주에는 1월에 한국에 놀러왔던 일본 손님이 이번엔 혼자서 여행왔다. 나이가 또래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친구로서 만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한결 마음이 편했지만, 한편으로는 만나서 무얼하고 시간을 보내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 사람이지만 집돌이라 생활반경이 작아서 부끄럽게도 아는 데가 없었다. 일단 선물부터 고민이었다. 한국적인(?) 선물이 없을까 고민하다 약속시간 전에 경복궁 근처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렸다. 첨엔 손수건을 사주려다가 직원분이 길게 떨어지는 곱창 머리끈을 하신 걸 봤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거다. 이 친구도 긴 머리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로 샀다.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맘에 들어할지는 모르겠다. 설령 선물이 아니면 사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이라 해도 이래나 저래나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

.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기 전 호텔 로비에서 선물 교환식을 했다. 이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초콜릿과 피크민 키링을 줬다. 1월에 한국왔을 때 내가 또래 애들과 친해지려고 꺼낸 소재가 피크민이어서 내가 피크민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사준 것이었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인에게 대접받았던 좋은 경험이 있어서 나도 한국에 오는 외국 친구가 있다면 내가 우리나라의 이미지라고 생각하고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안국역에 들렸다가 코앞에서 시위하는 걸 같이 봐버렸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0) 2025.04.06
1월 근황  (0) 2025.02.09
12월 근황  (3) 2024.12.26
오블완 챌린지를 마무리하며  (0) 2024.11.27
대전여행  (0) 2024.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