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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내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3월이 되고 애플의 신학기 프로모션은 마감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결국 큰 맘 먹고 맥북을 새로 샀다. 한번 눈에 아른거리니 살 명분이 안에서 넘쳐 흘렀다. 명분이 생겨서 사는 게 아닌, 사고싶다는 마음이 명분을 만들어 낸다. 애플은 정말 대단하다. 돈을 번다는 건 사람의 지갑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얻는 것인데 이걸 정말 잘한다. 스펙으로 호소하기보다 사람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초대한다. 여기에 내가 배울 점이 있다. 기능적인 부분은 대체되기 쉽지만, 정체성은 고유하다. 고유한 것은 살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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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학한 그해 10월, 학교에서 대여해주는 맥북이 2018년식에 배터리 관리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아 그냥 하나 산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최고로 잘한 결정이었다. 저걸로 학업과 프로젝트, 공모전을 다 했으니 말이다. 나의 대학시절을 풍성하게 해준 고마운 녀석이다. 지금도 충분히 현역이지만 새 맥북을 들여오게 되면서 저건 형수님께 드렸다. 형수님은 인텔맥을 쓰셨다보니 엄청 좋아하셨다. 잘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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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공채가 많이 열렸다. 그중 CJ올리브영에서 백엔드 직무를 위해 직무설명회를 따로 열어줘서 다녀왔다. 사진을 안 찍었는데 대학 강의실만한 공간에 책상 없이 의자로만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 많은 사람들을 보니 취업시장의 현실이 더 체감됐다. 송길영 작가님이 말한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이 이런 모습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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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저곳 서류지원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름 대학시절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소서 그 어느 문항도 쉽게 써지지 않아 좌절을 많이 했다. 나는 지금까지 뭘 한거지 ?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온 거지 ? 내 머릿속에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마치 꾸며낸 듯 그 어떤 경험도 나의 주관과 근거를 갖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한 것은 개발이 아니라 조립이었다. 구현에만 치중하면 당장은 작동하는 걸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원리라는 본질적인 것을 놓치게 된다. 원리를 알지 못하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 문제 정의도 현상을 기술하는 것에 그치고, 최적화도 할 수 없다. 엔지니어로서 실격이다.

 

나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선 토대가 탄탄해야 한다. 전공 지식과 사용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보자, 그렇게 다짐하는 3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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