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등산과 같아서 오늘은 대학 친구 두 명과 저녁을 함께 먹었다. 팀에서 시작된 인연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다들 적당히 내향적이고 대화가 잘 통해서인지 꾸준히 만나고 있다. 함께한 시간이 많은 만큼 이야기 주제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학교 생활에 대해 얘기했지만 이제는 졸업을 앞둔 시점이라 졸업 이후의 계획에 대해 많이 얘기하게 된다. 앞으로 각자의 길을 가면서 하나 둘 포항을 떠나게 되면 만남도 이전 같지 않을 거다. 인생은 등산과 같아서, 산행 중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우리는 왜 꽃을 심는 걸까 요즘 피크민 블룸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다. 걸음수에 따라 피크민이 나오는 모종이 자라기 때문에 열심히 걷게 된다. 걸어다니면서 지나간 자리에 꽃을 심을 수도 있는데, 꽃을 심는 동안에는 걸음수를 가산해준다. 처음엔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주변이 꽃밭으로 되어 있는게 신기했다. 산책에 대한 즐거움과 동기부여는 이미 충분한 것 같은데, 사람들은 왜 꽃잎을 소모해가면서 꽃을 심고 다니는지 의문이 들었다. 며칠 지나자 나도 어느새 걸어다니면서 꽃을 심고 있었다.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계의 관점에서 꽃을 심고 가꾸는 일은 비효율적이고 실용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꽃은 그 자체로 삶의 목적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최적화를 좇는 세상 속에서도 여전히 꽃에 설렘을 느낀.. 회화과 졸업 전시를 관람하면서 생각한 것들 오늘은 고등학교 친구의 회화과 졸업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대전에 다녀왔다. 친구와는 무려 5년 만에 보는건데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한 가지 친구가 나에 대해 낯설어 했던 것은 내 긴 머리였다. 하긴 마지막 만남이 내가 군대 휴가 중이던 때였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전시장의 그림들은 대부분 100호 이내 크기였는데, 예상보다 커서 관람하면서 계속 "이걸 어떻게 그렸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경이로움과 궁금증이 반반 섞인 감탄의 연속이었다. 미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 기법 같은 세부적인 내용은 친구에게 물어보며 관람했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그림 한 점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담겨 있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떠오르는 심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캔버스 위에 표현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고 멋있.. 우리들은 선로 옆에 나란히 달리는 기차처럼 오늘은 항상 가던 스터디카페를 안 가고 노량진에 있는 스터디카페를 갔다. 분명 키보드 사용이 가능한 곳이라고 확인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 피고 인강 듣고 공부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코딩하러 갔는데 괜히 눈치가 보였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가는 길들은 다 다르다. 우리들은 선로 옆에 나란히 달리는 기차처럼 붙어있다가도 각자의 궤도를 따라 점점 서로 멀어져간다. 초등학교 친구가 그랬고, 중학교 친구가 그랬고, 고등학교 친구가 그랬다. 대학교 친구들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한 시절을 함께한다는 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 소중한 것 같다. 나는 빚진 자라 반오십을 앞두고 내 출생의 비밀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이야기이자, 내 이름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나는 예정일보다 두 달 빨리 세상에 나왔다. 몸무게가 신생아 평균의 절반인 1.6kg에 불과해 인큐베이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은 내 심장 박동이 너무 약해 사망할 수도 있다며, 3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3일째 되던 날, 교회에서 병문안으로 심방 예배를 왔다. 찬송으로 550장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불렀는데, 예배가 끝나고 간호사님이 들어와 내 맥박이 돌아왔다고 전해주셨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나를 시온이라고 불렀다. 송구영신예배에서 이 찬송가를 들을 때면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죽음의 기로에 서있던 아기.. 인연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서울에 오면 한 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함께했던 추억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졸업한 지 5년이 넘었으니 다소 갑작스러운 연락이 당황스러웠지만 먼저 연락해준 것이 고맙기도 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었다. 어떻게 서로를 알게 되었는지 더 궁금해졌다. 친구는 2학년 때 일본어 수업을 같이 들었다고 한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누군가는 간직하고 있었다. 관계에 대한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 그 차이를 느꼈을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의 연락이 어색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면서 만남을 복기해보니, 아마도 인연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인연.. 혼전연애를 보면서 생각한 것들 최근 혼전연애라는 프로를 재밌게 보고 있다. 한국남자와 일본여자가 만나 데이트하는 관찰 예능이다. 세 쌍의 커플이 등장하는데 나는 그 중에 최다니엘님과 타카다 카호님의 이야기를 제일 좋아한다. 처음에는 카호님이 가장 외적으로 이상형(귀여운 인상)이어서 좋아하게 되었는데, 데이트에 임하는 최다니엘님의 모습에서도 배울점이 많았다. 카호님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말 봄날의 햇살같다. 더워도 웃음을 잃지 않을 정도로 밝고, 오히려 최다니엘님에게 손부채질을 해줄 만큼 상냥하며, 처음 만날 때 레모네이드 두 잔을 준비하는 따듯한 사람이다. 자신이 받은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감사할 줄 안다. 거기에 귀여운 외모까지. 진심 최고. 최다니엘님은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줄 .. Greatness comes from character Greatness is not intelligence. Greatness comes from character and character isn't formed out of smart people. It's formed out of people who suffered. 엔비디아 CEO인 젠슨황이 2024 SIEPR Economic Summit에서 한 말이다. 위대함은 캐릭터에서 나온다는 것, 그리고 그 캐릭터는 고통을 겪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젠슨황은 사내 임직원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앞으로 많은 고통과 좌절을 겪을 것이라 얘기한다고 한다. 그것이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단련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례를 최근 화제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두 인물에게서 찾는다. 이모.. 이전 1 2 3 다음